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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물가 4개월 만에 반등…유가·관세·AI 투자에 금리 인상 압박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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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자 고영미 기자    조회Hit 83   작성일2026-10-15 18:4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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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쟁 장기화로 국제유가가 급등하면서 둔화세를 보이던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다시 높아졌다. 에너지 가격뿐 아니라 주거비와 서비스, 의류 등 다양한 품목의 가격까지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 안정을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 노동통계국에 따르면 2026년 9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7% 상승했다. 8월 상승률인 3.4%를 웃돌았으며, 시장 예상치인 3.6%보다도 높았다. 전월 대비 상승률 역시 8월 0.4%에서 9월 0.6%로 확대됐다. 물가 상승세가 다시 강해지는 모습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2021년 3월 이후 연준의 목표치인 2%를 지속해서 웃돌고 있다. 최근에는 중동 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원유 공급 불안을 키우면서 에너지 가격이 물가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올해 2월 이란 전쟁 발발 전 배럴당 70달러 수준이던 국제유가는 공급 차질 우려 속에 100달러를 넘어섰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소비자들이 일상에서 체감하는 생활비 부담으로 이어졌다. 미국의 에너지 물가는 9월 한 달 동안 5.2% 상승했으며,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20.4% 올랐다. 특히 휘발유 가격은 한 달 만에 9.1% 뛰었고, 1년 전보다 34.2% 상승했다. 미국 자동차협회(AAA)가 집계한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10월 14일 기준 갤런당 4.33달러를 넘어섰다.


    난방유 가격도 크게 올랐다. 미국 북동부 지역의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항공유 가격 상승의 영향으로 항공권 요금까지 오름세를 보였다. 에너지 비용이 운송과 생산 등 여러 산업의 비용을 끌어올릴 경우 그 부담이 다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도 있다.


    더욱 주목되는 점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소비자물가도 예상보다 빠르게 상승했다는 사실이다. 9월 근원 CPI는 전년 동월 대비 2.6% 올라 전달의 2.4%를 웃돌았다. 집세와 중고차, 의류 등 여러 품목의 가격이 상승하면서 물가 압력이 에너지 부문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거비를 제외한 주요 서비스 가격을 살펴보는 이른바 '슈퍼코어' 물가도 상승세를 나타냈다. 에너지 가격 급등이 서비스업의 운영비와 운송비 등에 반영되기 시작하면 전쟁이 끝나 유가가 하락하더라도 물가가 빠르게 안정되기는 어려울 수 있다. 연준이 금리 정책을 결정할 때 전체 소비자물가뿐 아니라 근원물가와 서비스 가격 흐름을 중요하게 보는 이유다.


    물가 상승의 배경으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인공지능(AI) 산업에 대한 대규모 투자도 거론된다. 수입품에 부과되는 관세가 높아지면 기업이 비용을 자체적으로 흡수하지 못하는 경우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의류 등 관세에 민감한 품목의 가격이 상승한 것도 이런 우려를 키우고 있다.


    AI 산업의 투자 확대 역시 새로운 물가 변수로 떠올랐다. 대형 기술기업들이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전력 설비 등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면서 관련 장비와 서비스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 기업의 투자 수요가 강하게 유지되면 금리가 높아져도 지출이 쉽게 줄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통상적인 금리 인상만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억제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물가가 오르는 동안 미국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약화하고 있다. 9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년 동월 대비 3% 상승하는 데 그쳤지만,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 임금은 0.7% 감소했다. 물가가 임금보다 빠르게 오르면 가계가 실제로 구매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줄어들고, 소비 위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번 물가 지표는 미국 정치권에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휘발유와 식료품, 주거비 등 생활비 문제가 유권자들의 주요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에너지 가격 상승의 책임을 이란 전쟁 등 대외 요인에서 찾고 있지만,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비용 부담이 지속되면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이 커질 수 있다.


    연준의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도 확대됐다. 물가를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리면 소비와 기업 투자가 둔화하고 가계의 대출 부담이 커질 수 있다. 반대로 금리 인하를 서두르면 물가 상승세가 다시 고착화할 위험이 있다. 연준으로서는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 가능성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장에서는 정치적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10월 회의보다는 12월 회의에서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됐다. 다만 실제 결정은 향후 발표될 물가와 고용 지표, 국제유가 흐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지, 서비스 물가와 임금 등 경제 전반으로 확산할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미국의 물가 상승과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은 한국 금융시장에도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금리가 높아지거나 인상 전망이 강해지면 달러화 강세와 외국인 자금 이동 압력이 커질 수 있으며, 이는 원·달러 환율과 국내 주식·채권시장에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국제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 원유 수입 의존도가 큰 한국은 직접적인 부담을 피하기 어렵다. 정유·석유화학·항공·운송업계의 비용이 증가하고, 전기·가스와 물류비를 통해 다른 상품 가격에도 상승 압력이 전달될 수 있다. 기업의 원가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가계의 실질 구매력이 약해지면 내수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역시 복잡해질 수 있다. 국내 경기가 약한 상황에서 물가 상승과 환율 불안이 동시에 나타나면 금리 인하에 신중할 수밖에 없다. 미국이 실제로 금리를 인상할 경우 한미 금리 차와 외환시장 상황을 함께 고려해야 하므로 국내 금리 정책의 선택 폭이 좁아질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핵심 변수는 중동 정세와 국제유가, 미국의 근원물가 흐름이다. 유가가 안정되고 서비스 물가 상승세가 둔화하면 연준의 추가 인상 압력도 약해질 수 있다. 반대로 에너지 비용이 운송·주거·서비스 가격으로 확산하고 관세와 AI 투자에 따른 비용 압력까지 지속된다면 고금리 환경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다. 한국 역시 유가와 환율 변동에 대비하는 한편, 물가 안정과 소비 회복 사이에서 정책 균형을 찾는 것이 중요해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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