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에너지·HD현대오일뱅크, 44조원대 유가 담합 의혹…공정위 제재 절차 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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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가 약 4년 동안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의 가격 정보를 주고받고 일부 판매가격을 함께 정했다는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심의를 받게 됐다. 공정위는 두 회사의 행위가 가격 담합과 정보 교환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제재 절차에 들어갔다.
공정위 사무처는 두 정유사의 석유제품 가격 담합 혐의와 관련한 조사 결과와 제재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를 공정위에 제출하고 해당 기업에도 전달했다고 밝혔다. 심사보고서가 제출된 것은 향후 전원회의 등을 통해 위법 여부와 제재 수준을 판단하는 절차가 시작됐다는 의미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두 회사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전인 2022년 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약 4년 동안 휘발유·경유·등유의 입금가격과 최종 확정가격, 판매 정책 등과 관련된 정보를 교환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전쟁 이후에는 주유소 등에 적용되는 입금가격을 두 차례 명시적으로 합의했다는 혐의도 공정위가 들여다보고 있다.
석유제품 시장에서는 정유사가 우선 입금가격을 정해 주유소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이후 다음 달에 최종 가격을 확정해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 활용된다. 따라서 정유사의 가격 결정은 주유소 판매가격과 소비자가 실제로 지불하는 가격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내 석유제품 시장은 소수 정유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과점 구조다. 지난해 기준 SK에너지의 시장점유율은 28.1%, HD현대오일뱅크는 21.0%였으며 두 회사의 합산 점유율은 49.1%에 달했다. GS칼텍스와 S-OIL까지 포함하면 국내 4개 정유사의 시장점유율은 약 98% 수준이다. 다만 공정위 조사에서 GS칼텍스와 S-OIL의 담합 가담 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심사관은 두 회사의 행위와 관련된 매출액을 약 44조1000억원으로 추산했다. 하루 평균으로 환산하면 약 300억원 규모다. 공정위는 이를 공정거래법상 가격 담합 및 정보교환과 관련된 중대한 위반행위로 판단하고 시정조치와 과징금 부과 의견을 제시했다.
다만 아직 두 회사의 위법 행위가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니다. SK에너지와 HD현대오일뱅크는 심사보고서를 검토한 뒤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사실관계와 법률적 쟁점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HD현대오일뱅크 측은 특히 교환한 정보가 이미 시장에 공개됐거나 다른 경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후 정보였으며, 가격이나 판매 정책 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이란 전쟁 이후 가격을 담합했다는 판단 역시 사실과 다르다는 입장이다.
두 회사는 심사보고서를 받은 뒤 일정 기간 동안 서면 의견을 제출하고 관련 자료를 열람·복사할 수 있다. 이후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위법 여부와 제재 수준이 최종적으로 결정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은 국제유가가 크게 출렁이는 시기에 국내 정유업계의 가격 경쟁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특히 국내 석유제품 시장이 소수 업체 중심의 과점 구조인 만큼 가격 관련 정보가 경쟁사 사이에서 공유될 경우 시장 경쟁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에서 최종적으로 담합이 인정될 경우 정유업계의 가격 결정과 정보교환 관행에 대한 규제가 한층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과징금이나 시정조치뿐 아니라 정유사들이 경쟁사와 어떤 정보를 어느 범위까지 공유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부 통제도 강화될 수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직접적인 생활비와 물류비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 경쟁이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국제유가가 급등하는 시기에는 정유사의 가격 결정 과정이 소비자 체감물가와 기업의 비용 부담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다만 현재는 공정위 심의가 시작된 단계이므로 실제 담합 여부와 최종 과징금 규모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향후 전원회의에서 양측의 주장과 증거를 종합해 어떤 판단이 내려지는지가 핵심이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정유시장의 과점 구조 속에서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경쟁을 촉진하는 제도적 장치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국제유가가 급변하는 상황에서도 소비자가 합리적인 가격에 석유제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시장 감시와 경쟁 질서를 강화하는 것이 향후 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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