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주총서 최윤범 측 승리…영풍·MBK와 경영권 분쟁 새 국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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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싸고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MBK파트너스가 맞붙은 가운데 최 회장 측이 임시주주총회 핵심 안건인 감사위원 선임 표 대결에서 승리했다. 이번 결과로 고려아연 이사회 내 최 회장 측 우위가 유지되면서 장기간 이어진 경영권 분쟁도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게 됐다.
고려아연은 9일 서울 용산구 몬드리안호텔에서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분리선출 방식의 감사위원 1명과 독립이사 4명을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된 것은 감사위원 후보를 놓고 벌어진 표 대결이었다. 개표 결과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약 509만주로부터 찬성표를 얻어 출석 의결권의 약 81.8%를 확보했다. 반면 영풍·MBK 측이 내세운 박유경 후보는 약 174만주의 찬성에 그치면서 과반 찬성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
이번 투표에는 올해 7월부터 적용된 개정 상법의 이른바 '3% 룰'이 대형 상장사 감사위원 선임에 처음 적용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보유한 주식 가운데 의결권이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3%를 넘어서는 부분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양측이 보유한 지분 규모 자체보다 일반주주와 주요 기관투자자들이 어느 쪽 후보에게 표를 던지느냐가 더욱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 한화그룹과 LG화학 등 주요 주주들의 판단에도 시장의 관심이 쏠렸으며 국민연금은 이번 표결에서 중립적인 입장을 유지했다.
주총을 앞두고 양측의 장외 공방도 거셌다.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의 투자 과정에서 최윤범 회장 일가와 관련된 사익 추구 가능성을 문제 삼았다.
대표적으로 고려아연이 약 5천600억원을 출자한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와 관련해 약 690억원이 최 회장 일가가 먼저 투자한 비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에 후속 투자된 점을 지적했다. 회사 자금이 최대주주 일가의 투자 가치 상승에 이용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독립적인 감사기구의 감시가 필요하다는 것이 영풍·MBK 측 주장이다.
고려아연은 이에 대해 해당 투자가 펀드 출자자로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이뤄졌으며 실제 개별 투자 판단은 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가 독립적으로 결정했다고 반박했다.
주총을 앞두고 국내외 주요 의결권 자문기관들의 의견도 표심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ISS와 서스틴베스트, PIRC 등 일부 자문기관은 고려아연 측 후보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의견을 내놓으면서 기관투자자들의 판단에 변수가 됐다.
독립이사 선임 결과 역시 양측이 각각 일부 후보를 이사회에 진입시키는 형태로 마무리됐다. 집중투표제를 통해 선임된 독립이사 4명 가운데 최 회장 측과 영풍·MBK 측 후보가 각각 2명씩 선임됐다.
감사위원 선임 결과까지 합치면 최윤범 회장 측은 감사위원 1명과 독립이사 2명을 추가로 확보했고, 영풍·MBK 측은 독립이사 2명을 확보했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이사회는 기존 14명에서 19명으로 늘어났으며 양측의 이사회 구도는 최 회장 측 12명, 영풍·MBK 측 7명으로 정리됐다.
최윤범 회장 측은 이번 결과가 일반주주들이 현 경영진의 손을 들어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향후에도 영풍·MBK 측의 경영 개입에 대응하면서 미국 통합제련소 건설 사업인 '프로젝트 크루서블'과 신성장 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영풍·MBK 측은 이번 감사위원 선임 결과를 받아들이면서도 새롭게 선임된 감사위원이 독립성과 전문성을 실제 경영 감시 과정에서 입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대주주로서 이사회가 특정 개인이나 주주의 이익이 아니라 회사와 전체 주주의 장기적인 이익을 중심으로 운영되도록 감시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번 주총 결과로 최 회장 측이 당장 이사회 주도권을 유지하게 됐지만 경영권 분쟁이 완전히 끝난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양측의 지분 경쟁과 법적 공방, 이사회 내 대립이 계속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려아연이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고 있는 신사업의 성과와 재무 부담, 주주환원 정책 등이 향후 경영권 분쟁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반대로 영풍·MBK 측이 향후 이사회와 주주들을 상대로 어떤 전략을 내놓느냐에 따라 양측의 세력 구도 역시 달라질 수 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산업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기업인 만큼 이번 경영권 분쟁은 단순한 대주주 간 갈등을 넘어 국내 산업 경쟁력과 기업 지배구조 문제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이 경영권 방어에 성공하면서 단기적으로는 경영 안정성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미국 통합제련소와 같은 대규모 투자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경영진이 장기적인 사업 전략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요소다.
다만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하면 소송과 지분 확보 경쟁에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고, 회사의 핵심 사업보다 주주 간 갈등에 경영 역량이 집중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신사업 투자와 재무건전성, 주주환원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맞추느냐가 향후 시장 평가를 좌우할 전망이다.
이번 주총에서 3% 룰이 실제 표 대결에 적용된 것도 국내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앞으로 대형 상장사의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최대주주의 영향력이 제한되면서 기관투자자와 일반주주의 표심이 더욱 중요해질 가능성이 높다.
결국 고려아연의 향후 관건은 경영권을 누가 차지하느냐를 넘어 새롭게 구성된 이사회가 회사의 장기적인 기업가치와 전체 주주의 이익을 얼마나 충실하게 지킬 수 있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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