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경제계, 대미 투자 패스트트랙 요구…반도체·AI·조선 협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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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미국 경제계가 양국 간 전략적 투자 프로젝트를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해 인허가 절차 간소화와 세제·금융 지원 확대를 촉구했다.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배터리, 자동차·모빌리티, 조선, 에너지 등 핵심 산업의 협력을 강화하고, 기업 활동에 필요한 인력 이동과 비즈니스 교류도 원활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5일 서울 여의도 FKI타워에서 열린 제36차 한미재계회의 총회에서 양국 경제계가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기업 활동을 가로막는 규제를 개선하는 한편,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기업이 신속하게 사업을 진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대규모 투자 사업의 인허가를 신속하게 처리하는 패스트트랙 절차와 세제 혜택, 금융 지원이 주요 과제로 제시됐다.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이나 연구개발 거점을 구축하려는 기업이 행정 절차와 자금 조달 부담을 줄이고 투자 계획을 안정적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인력 교류 개선도 주요 의제로 다뤄졌다. 양국 경제계는 기업 관계자와 숙련 기술인력이 국경을 넘어 원활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비자 제도를 개선하고 인력 교류 프로그램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해외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운영하려면 기술자와 관리자, 연구개발 인력의 파견이 필요한 만큼 비자 문제는 투자 사업의 실행 속도와도 직결될 수 있다.
산업 협력 분야에서는 반도체와 AI, 배터리, 모빌리티, 에너지, 조선 등이 핵심 분야로 꼽혔다. 양측은 AI 산업의 급성장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과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분야에서도 공동 연구개발과 공급망 협력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이번 회의는 양국 정부가 이달 1일 대미 전략투자 프로젝트를 발표한 이후 개최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정부 간 합의가 실제 기업 투자와 사업 성과로 이어지려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은 전략투자가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접어든 만큼 기업들이 협력의 틀을 실질적인 성과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미국 측에서도 양국 경제계의 신뢰를 바탕으로 예측 가능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고 민관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공급망 안정과 AI·첨단기술 혁신, 첨단 제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제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조현 외교부 장관 역시 한미동맹을 경제·기술·안보 분야에서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미셸 스틸 주한미국대사는 양국이 합의한 사항을 실제로 이행해야 할 시점이라고 강조하면서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접근과 공정한 대우 문제도 언급했다. 이는 한미 경제협력이 한국 기업의 미국 진출뿐 아니라 미국 기업의 한국 시장 활동까지 포함하는 상호 협력의 형태로 추진돼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번 회의에서는 조선과 반도체, AI, 에너지 분야의 협력 방안과 첨단산업의 전력 수요 증가에 대한 대응책도 논의됐다. AI 데이터센터와 반도체 생산시설이 확대될수록 안정적인 전력 공급과 에너지 인프라 확보가 중요해지는 만큼 산업 협력의 범위도 생산과 기술 개발을 넘어 기반시설 분야로 넓어질 전망이다.
한미 경제협력이 실제 투자로 이어지면 한국 기업의 미국 시장 진출과 현지 생산 기반 확대에 도움이 될 수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요 수출 산업은 미국의 공급망 재편과 첨단 제조업 육성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투자 관련 인허가가 빨라지고 세제·금융 지원이 확대되면 기업의 사업 추진 부담을 줄이고 신규 투자 기회를 넓힐 수 있다.
반면 대미 투자 확대가 국내 경제에 반드시 긍정적인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기업이 미국 현지에 생산시설과 연구개발 거점을 늘리면 현지 시장 접근성이 좋아질 수 있지만, 투자 자금과 생산 역량이 해외로 집중될 경우 국내 설비투자와 고용에 미치는 영향도 살펴야 한다. 해외 진출의 이점을 국내 연구개발과 부품·소재 기업의 성장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하다.
반도체와 AI 분야에서는 기술 경쟁력과 공급망 안정성이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미국과의 협력으로 첨단기술 개발과 시장 진입 기회가 확대될 수 있지만, 글로벌 기업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와 전문인력 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 조선과 에너지 분야 역시 공동 사업과 기술 협력이 실질적인 수주 및 생산 성과로 이어지는지가 중요하다.
향후 관건은 양국 경제계의 공동선언이 구체적인 정책과 사업으로 얼마나 빠르게 이어지느냐다. 인허가 간소화와 세제 혜택의 적용 범위, 비자 제도 개선, 투자 프로젝트별 실행 일정 등이 명확해져야 기업들이 실제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아울러 양국 정부가 무역 규칙과 시장 접근 조건을 예측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해야 기업의 장기 투자를 유도할 수 있다.
결국 한미 경제협력의 성과는 투자 규모 자체보다 그 투자가 기술 경쟁력과 생산성 향상, 양질의 일자리, 수출 확대에 얼마나 기여하는지에 따라 평가될 것이다. 한국은 미국과의 전략적 협력을 강화하면서도 국내 산업 기반과 공급망을 함께 발전시켜 해외 투자와 국내 경제의 성장이 상호 보완적으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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